중앙대의 부채는 10배가 늘었다. 재벌이 대학을 인수하면 기업식의 구조개혁이 있을 것을 예상한 이들은 많았겠지만 대학 재정이 부실화될 것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를 뒤섞고, 법인 출연금은 모기업의 건설회사로 다시 흘러들게 하고, 등록금을 학교 빚을 갚는 데 끌어다 쓰는 회계 사이클. 유사 학과 통폐합이나 정원 조정이 아니라 바로 이 새로운 사이클이 중앙대를 운영하면서 두산그룹이 보여준 '혁신'의 핵심인 듯하다.
최근 중앙대가 학사구조 선진화라는 이름의 대학구조개혁 방침을 발표하여 교내외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학당국의 발표를 보면, 중앙대는 학과를 폐지하여 2016학년도 입시부터 단과대학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1년 반 후 전공을 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대의 경우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교수 및 학생, 그리고 학과목 운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교수사회의 공론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여 발표하였고, 학문적인 고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정적 대비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